제목이 거창할 수도,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
할 말은 간단하다. 오페라 쓰다보니, IE전용 사이트들보다 크로스브라우징 지원한다는 사이트들이 더 짜증난다.
메인 웹브라우저로 오페라를 사용한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 그렇듯 처음에는 IE만 사용했고, 중간에 파이어폭스를 사용하게 되었다. 2005년 중반부터일 거다. 웹 표준에 대한 이야기, IE 독점의 폐해 등등을 접하게 되면서 가장 많이 접하는 이야기가 파이어폭스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허영심이 강한 사람인데, 마침 파이어폭스가 내 허영심을 건드렸다. 이유없이, 파이어폭스가 IE보다 뭔가 우월한 것 같고 IE를 쓰면서 만족하는 게 못난 짓인 것처럼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파이어폭스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체감상 IE보다 빨랐고, 다양한 부가 기능들 덕에 IE보다 편하고 강력한 기능을 많이 사용할 수 있었다. 그 때는 솔직히, 내가 좀 잘난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오페라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초반 쯤인 듯 싶다. 맥 OS에 탑재된 기본 웹브라우저가 사파리라는 것을 처음 알게된 후, 파이어폭스를 사용하며 얻었던 우월감이 깎여나가는 느낌이었다. 그 때 문득 'IE 외의 웹브라우저가 파이어폭스 하나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잠깐 찾아보다가, 다른 브라우저 중 하나인 오페라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단순한 허영심 만족용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게 의외로 마음에 들었다. IE보다 빠른 파이어폭스보다 체감상 확실히 빨랐고, 다른 기능도 뒤지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와서 보자면, 어이없게도 가장 매력을 느낀 부분은 마우스 제스쳐가 기본기능이라는 점이었다.
이후 IE 기반의 국산 웹브라우저 웹마, 저번달에 윈도우용 처음으로 사용해본 사파리 등등이 있으나, 오페라를 사용하게 된 이후 메인 웹브라우저는 언제나 오페라였다. 동기의 불순함 또는 어이없음을 떠나서, 지금도 그렇다.
처음부터 짜증을 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IE 전용이 당연하고 "독점에 항거하라 개발자여 일어나라"를 외치던 때, 파이어폭스로는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깨져서 나오던 그 때에는 별 불만이 없었다. 오페라에서 깨지면 파이어폭스에서도 깨지고, 오페라에서 제대로 나오면 파이어폭스에서도 제대로 나왔다. IE와 IE 외 브라우저로 나뉘어 깨지는가 깨지지 않는가가 결정되었다. IE에서만 제대로 작동되는 사이트를 방문하면 속으로 개발자를 무능하다 비웃었고, 그 반면 내가 잘난 사람처럼 인식되어 되려 기분이 좋기도 했다. 개념없었던 게 나름 다행일 수도 있겠다.
짜증이 나기 시작한 것은 그런 사이트들이 파이어폭스를 지원하면서부터다. 이전에는 오페라에서 깨지면 파이어폭스에서도 깨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점점 IE와 파이어폭스에서는 정상 작동하고 오페라에서는 정상 작동하지 않는 사이트들이 늘어갔다. 솔직히, 파이어폭스와 오페라 사용에서 느끼는 우월감이 깎여가는 느낌 때문에 당황하고 짜증내기 시작했다. 팀을 나와 취업을 준비하며 조금씩 생각하다가, 지금에 와서 그나마 개념은 잡았다. 파이어폭스나 오페라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잘난 사람이 되거나 뭔가 업그레이드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
지금도 계속 메인 웹브라우저로 오페라를 사용하고, 뭔가 만들 때는 윈도우에서 IE/파이어폭스/오페라/사파리로 테스트한다. 좋아하니까 쓰는 거지 설명 못할 우월감을 느낀다던가 애꿎게 다른 사람 바보취급하진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요즘의 크로스브라우징이 지원된다고 말하는 사이트들을 보면 화가 난다.
애당초 파이어폭스가 퍼지기 시작할 때 사람들이 외쳤던 것은 '웹 표준'이다. "모든 웹 접근 환경에서 같은 결과를!" 같은 거.
예전에는 IE 하나밖에 안돼서 불만이었고, 지금은 IE 외에 파이어폭스도 되니까 불만 없다는 건가? 그런데, 그건 좀 아니잖아. IE가 전부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IE와 파이어폭스가 전부가 아니라고도 말할 수 있어야 할 거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가끔 웹서핑 도중 소스를 열어보면 웹브라우저가 파이어폭스인지만 확인한다. 파이어폭스 아니면 IE인 것으로 취급하는 거지.
짜증난다. 나한테 이건 IE only 시절과 다를바 없다. IE 말고도 파이어폭스 하나 더 지원되게 해놓고, 웹표준을 준수했다거나 크로스브라우징을 지원했으니 완벽한 호환성을 갖춘 것처럼 생각하는 모양이다. 현실적으로는 그걸로 만족하거나 한계로 인식할 수 있겠으나, 이래서는 방향이 달라지지. '모든 웹 접근 환경'이 아니라 'IE와 비IE 중 일부'에서 같은 결과를 얻을 수는 있을 거다.
나는 불만이다. 밤새 일하다 잠들기 어정쩡해서 온라인게임으로 시간 때울 때나, 왜 월급이 안들어왔나 언제 들어오려나 통장 잔고 확인한다고 인터넷 금융사이트 들락날락할 때나, 아니면 간단한 글 하나 쓰겠다고 생각없이 달려들다가 주절주절 잡설 만연한 글 쓰고 있는 지금 같은 때, 나는 내가 사용하는 모든 웹브라우저에서 같은 결과물을 얻고 싶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언젠가 사용할 수 있는 웹브라우저들에서도.
이글루 에디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오페라에서 쓴다.
* 08-05-29 01:40
트랙백 전송 :
파이어폭스를 써야하는 10가지 이유
* 08-07-06 03:48
트랙백 전송 :
파이어폭스 쓰는 목적은 대부분 사실 그냥 자기도취 아니냐?
더해서 빈줄 수 조정. 오페라에서 수정 한 번 할 때마다 빈줄 수가 두 배로 늘어난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